오와 차별 선동에 대한 규제와 명확한 처벌 규정 마련 촉구! 중국동포와 이주민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에서 극우단체의 혐오 선동 집회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탄하고 근본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5일 지하철 대림역 5번 출구 인근에서 열렸다.
 | 25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중국동포단체 공동대응협의회 등 100개 단체가 '혐오·선동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웨치고 있다. |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은 중국동포단체 공동대응협의회와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가 주관하고 전국동포총연합회, (사)중국동포한마음협회, (사)CK여성위원회, KIN(지구촌동포연대), 이주민센터친구, 각색교사모임, 경기이주평등연대,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열린사회구로시민회, 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100여개 중국동포단체와 혐오·차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이들은 “최근 대림동·구로동 일대에서 반복되는 극우단체의 혐오집회로 인해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 상인들, 중국동포 사회가 큰 불안과 상처를 겪고 있다”고 성토하면서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정부와 국회 등을 향해 혐오와 차별 선동에 대한 법적 규제 마련 등을 요구했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김호림 전국동포총연합회장. |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동포총연합회 김호림 총회장은 “최근 대림동과 구로동 일대에서 반복되는 극우단체의 혐오·차별 집회는 우리 중국동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서, 주민과 상인이 생활하는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어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주민과 동포를 향한 혐오·차별 선동을 즉각 중단할 것과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민 안전 보장과 인권 보호에 더욱 책임 있게 나설 것, 언론은 사실에 기반해 보도하고 혐오 조장에 동조하지 말 것” 등을 촉구했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이동욱 대림동 중국동포상인회장. |
이동욱 대림동 중국동포상인회 대표는 “현재 대림동지역 상인들은 끝없는 경기침체 속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최근 반복되는 극우단체들의 혐오 집회는 우리지역 상권에 또 다른 타격을 주고 있다”며 “더 이상 대림동, 구로동과 같은 중국동포 밀집 지역을 특정하여 혐오 집회를 여는 일을 자제하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혐오 집회는 지역 경제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주민 간의 갈등과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일 뿐”이라면서 “대림동은 갈등의 공간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김예화 (사)CK여성위원회장. |
학부모 대표로 기자회견에 나선 (사)CK여성위원회 김예화 회장은 “오늘 이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세력의 혐오 집회는 단지 동포와 이주민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자라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 우리 모두의 미래를 향한 공역”이라면서 “저는 학부모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이 지역의 주민으로서 아이들의 눈앞에서 혐오와 차별의 설 자리가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지역주민들도 “수십 년간 동포들과 같은 자리에서 생업을 이어온 주민으로서 대림동은 특별할 것 없이 그냥 사람 사는 동네”라며 최근의 극우세력의 혐오·차별 집회 상황을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주민은 “동포들을 혐오하는 세력도 있지만, 그보다 응원하는 시민들이 더 많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면서 중국동포들을 향해 “위축되지 말라,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며 힘을 보탰다.
혐오 시위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에 처하자 교육당국도 긴장하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25일 ‘혐중 시위’가 열리는 구로 일대 학교들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단 한명의 학생도 혐오나 차별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교육감으로서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과 ㄴ중학교 학생 15명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학교는 혐오 없는 존중의 공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ㄴ중학교 앞 골목을 걸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친구입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학교를 원합니다”와 같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ㄴ중학교 3학년 주아무개 학생은 “우리 학교가 다문화 학생이 많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똑같이 놀고 공부하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ㄴ중학교 3학년 남아무개 학생도 “중국인 친구들이 시위를 보면 놀랄 것 같다”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기를 혐오한다고 하면 상처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육감은 극우 단체의 시위 장소 등을 경찰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학교 주변 지역으로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 관리자가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집회·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교육감은 “다양성이 창의적인 생각으로 가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시민사회, 경찰,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혐오 시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구로구 소재 ㄱ중학교 교장은 “우리 학교는 이주배경 학생이 절만을 훌쩍 넘으며, 우리 아이들이 이곳을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삼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학생들인데, 최근 학교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혐오 집회는 아이들의 일상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남부교육지원청은 지난 24일 구로 관내 학교를 상대로 학생들의 안전에 주의하도록 하고, 시위 때문에 피해를 볼 경우 상담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문현택 기자> |